aufgebluht


Masterpiece ;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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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업계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감안하시고 봐주세요.

 

 

 

 

"정한아."

 

 

 

여기서 뭐 해. 윤정한은 또 홍지수의 침대 안으로 파고들어 온 참이다. 주인 없는 침대에 누워 울먹이고 있는 걸 옆에 걸터앉은 침대 주인이 자연스럽게 달랜다. 지금 윤정한은 짜증이 나 있고, 조금 슬프고, 많이 외롭다. 홍지수는 단박에 그걸 눈치채고 윤정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이만 마음을 풀라는 듯이.

 

 

 

"지수야……."

 

"응, 나 여기 있어."

 

 

 

그리고 홍지수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잠든다. 옆의 윤정한을 안고.

 

그리고 윤정한은 잠들지 못한다. 제 곁에 홍지수가 있으므로.

 

 

 

 

 

*

 

 

 

 

 

"전시회 잘 봤어요."

 

 

 

홍지수는 연신 말을 걸어 오는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가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윤정한은 그걸 볕 잘 드는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지켜본다. 홍지수가 시켜 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이미 얼음이 거의 다 녹아 색이 옅어졌다. 한 입 마시면 역시나 싱겁다. 디카페인으로 부탁드려요. 조곤조곤하던 목소리를 상기하며 윤정한은 테이블 위로 엎드린다. 뺨을 서늘한 나무 원목에 붙인 채 눈을 감는다. 흐릿한 어둠이 시야를 덮는다.

 

 

 

이 바닥에서 홍지수 작가가 친구 한 명만을 작품의 모델로 둔다는 소문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수는 정한에게 설설 긴다. 정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남들이 보기엔 그렇게 보인다. 어쨌거나 창작자로써의 홍지수는 윤정한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고, 윤정한은 누가 대체할 수 있을 만한 그런 뮤즈가 아니니까.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찌 그리 자로 딱 잰 듯 반듯하게 잘려 재단될 수 있을까. 윤정한과 홍지수 사이에도 그런 게 있다. 흔하디 흔하지만 서로만 공유하는 무언가가.

 

 

 

둘은 같이 산다. 그냥 동거라기에는 꽤나 가까운, 잠을 자는 시간까지도 공유하는 조금 친밀한 사이다. 같이 살기만 할까. 가끔씩은 입도 맞춘다. 주로 정한이 갈구하고 지수가 거부하지만. 그렇지만 단지 그것 하나만을 보고서 홍지수가 윤정한을 꺼리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꺼리기보다는 애지중지하는 보물이 제가 만지면 닳을까 유리 덮개를 씌워 두고 지켜보기만 하는 감정이라고 말하겠다.

 

 

 

홍지수는 제가 정한에게 방해가 될까 봐 자기 자신을 살얼음판 위에 세우고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 사람.

 

윤정한은 살얼음판이든 불구덩이든 상관없이 어디든 좋으니까 홍지수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사람.

 

 

 

정한은 생각한다. 그게 죄일까, 좋아하는 사람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게. 그러니까, 남들 하는 것처럼 데이트도 하고, 손도 잡고, 가끔씩은 꼭 안고 그대로 있고 싶다는 게. 정한도 알고 있었다. 죄는 아니다. 설마 그게 죄일까. 하지만 지수에게는 죄보다 더한 금기다. 홍지수는 자신의 욕심이 윤정한을 망치고 있다고 여긴다. 윤정한은 홍지수에게라면 망쳐져도 좋은데.

 

 

 

지수도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군다. 정한은 때로 다정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날이 될 수 있다고 느낀다. 무관심이나 증오나 시기 같은 것이 잘 벼려져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나는 것이라면 다정은 날카롭지도 않고 정교하지도 않은 것이다. 날이 안 드는 칼로 상처를 내는 것은 배로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깜빡 잠들었을까, 저를 부드럽게 흔들어 깨우는 손이 느껴졌다. 몽롱한 몸을 일으켜 세우면 걱정이 듬뿍 묻어나는 얼굴이 보이고, 정한은 마냥 웃음이 난다. 지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쉰다. 다 끝났어? 응. 가자. 알겠어. 너 요새 잠이 너무 많아진 거 아냐? 아닌데…. 나 원래 잠 많잖아. 그렇긴 하지만. 등 뒤에서 희미하게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정한은 지수의 손을 찾아 잡는다. 제 것보다 조금 더 큰 손이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맞잡아주는 감각이 좋았다.

 

 

 

 

 

*

 

 

 

 

 

홍 작가님께는 뮤즈 분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네,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예요. 뮤즈라는 이름을 붙이니 왠지 쑥스럽네요.

 

뮤즈 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완전히 베일에 싸여 계신데. 홍 작가님이 묘사하는 뮤즈 분이 궁금합니다.

 

음…. 죄송하게도 해 드릴 이야기가 없네요. 일단 얼굴이 많이 알려진 저와는 다르게 평범하게 살고 있는 일반인이기도 하고, 사실 비밀로 두길 원하는 건 제 쪽이에요. 괜히 피해가 갈까봐.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전 좀 유명하잖아요. (웃음) 그 친구가 유명세에 해를 입는 건 싫어서요.

 

 

 

그냥 그만둘까 봐. 쓰게 웃던 지수가 화구를 정리하는 동안 정한은 지수의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벽에 기대어 놓은 캔버스들과 탁자 위의 물감과 팔레트. 가지런히 모아 정리한 붓. 그림을 그리는 곳 특유의 공기에 섞여 나는 지수의 향수 향기. 홍지수가 사랑한 것들.

 

 

 

이젤 위에는 작은 캔버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모든 물품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빈 캔버스라고 했다. 홍지수는 오래도록 백지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채우고 가야겠지? 혼잣말에 가까운 문장을 내뱉는 얼굴을 윤정한은 볼 수 없었다. 대신 이젤 앞에 앉은 뒷모습만 눈으로 덧그렸다. 눈을 감아도 선명할 정도로 익숙한 이 모습도 더는 마주하지 못할 테니까. 궁금증은 있었다. 과연 무엇을 그릴까. 지수의 마지막 작품은 뭐가 될까.

 

 

 

오래도록 캔버스를 응시하던 지수가 휙, 하고 정한을 돌아보았다.

 

 

 

“정한아, 나 널 그리고 싶어졌어.”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지수가 정한을 그리려 시도한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렇지만 어째서일까. 미안해서 정한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았는데 이상하게 정한만 그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괜찮을 것 같아서 스케치를 시작해도 그리면 그릴수록 제가 생각하고 있던 모습과 달라졌다.

 

그렇게 종이를 구기는 걸, 정한은 말은 안 해도 다 보고 있었을 걸 알아서. 암묵적으로 둘은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정작 지수가 정한을 만난 후부터 가장 그리고 싶었던 건. 담아내고 싶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정한이었는데도.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고 나니까 실감이 났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그리지 못할 텐데. 그리지 않을 텐데.

 

 

 

윤정한도 놀랐다. 홍지수는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철저하게 그리고 싶은 것만 그렸고, 마음에 차지 않거나 그릴 마음이 안 드는 건 그리지 않았다. 만약 그리게 되어도 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탓에 돌려 말하는 것도 서툴러서, 미술을 전공한다는 이유로 지수에게 도 넘는 부탁을 해오는 사람들의 요구를 전부 쳐내는 것은 정한의 몫이었다.

 

 

 

큰 호수의 캔버스를 주로 작업하던 지수가 오랜만에 꺼내들게 된 작은 캔버스였다. 잘 될지 모르겠다며 물감을 덜고 붓질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다가 정한은 조용히 작업실을 나왔다. 지수는 작업하는 모습을 누가 지켜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작업실에 들어오면 안 그런 척 해도 껄끄러워 하는 낌새가 보였다. 항상 웃고 있었기 때문에 주위에선 쉬이 놓치는 점이기도 했다.

 

 

 

물론 정한은 그 '다른 사람' 의 예외였다. 어쩌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을 예외. 그럼에도 작업실을 나온 이유는, 지수가 제 방식대로 표현하는 저를 차마 마주 볼 수가 없어서. 그건 고백을 하고 되돌아올 답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욱 떨리는 일이었다. 정한에겐 그랬다.

 

 

 

며칠 뒤 완성된 그림은 정한이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연노랑, 분홍, 초록이 은근하게 섞여 붓질의 흔적은 꼭 꽃잎을 연상시켰고 언뜻 보면 사람의 옆 인영이 아른아른하게 비치는 작은 그림.

 

멋쩍어하는 지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고 걸을 장소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이, 공모전 같은 곳에라도 출품하면 어떨까 하는 거였다. 정한의 집 같은 곳보다는 조명이 비치는 전시회장이 이 그림에게 훨씬 더 잘 어울렸으니까. 정한이 이 생각을 말하자 지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네 거야. 내 그림이 아니고 네 그림인걸.”

 

“그래도 지수야, 한 번만. 너 계속 대회만 나가고.”

 

“대회나 공모전이나.”

 

“여기, 출품작은 다 전시한대. 그냥 내기만 하면 돼.”

 

 

 

지수는 결국 정한의 고집에 백기를 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원래 홍지수는 윤정한에게 약했으니까.

 

 

 

정한은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몇 번이고 지수에게 그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게 했을 거였다. 지수가 이렇게나 유명해진 건, 어찌 보면 그 공모전에서 지수의 그림이 저명한 화가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니까. 그를 시작으로 지수의 이야기가 여러 언론에 재빠르게 써내려지기 시작했다. 기적, 신예, 반란. 뭐 이런 제목을 달고서.

 

 

 

한순간에 유명세를 탄 지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연락해 온 거대 에이전시와 계약했고, 영영 잡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붓을 드는 정도. 갑작스럽게 떠오르면서 선을 넘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부풀린, 지수의 개인사를 담은 기사들도 여럿 생겨났다.

 

 

 

지수는 회사와 함께 그런 기사들을 막는 데에도 힘썼지만, 차마 정한의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한과 길거리를 걷는데, 다짜고짜 어떤 사람이 자신들을 붙잡고 그림이 멋지다는 둥, 정말 잘 그리신다는 둥 칭찬을 늘어놓더니 정한을 보고 대뜸 그림의 모델이 맞느냐고 묻는 게 아닌가.

 

 

 

당시에는 얼버무리고 넘어갔지만, 지수는 의구심을 품었다. 한 사람을 특징지어서 모델이라고 공개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콕 집어서 언급한 거지? 게다가 지수가 정한에게 그려 준, 공모전에서 호평을 받은 그 그림은 사람의 얼굴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는 작품도 아니었다. 지수는 집에 돌아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고 따라 붙는 정한의 이름을 마주하고서야 이유를 알게 됐다. 나름 모니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 연락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지만, 그 일 이후로 지수는 길을 걸을 때 주변을 더 살피게 됐다. 정한에게도 조심하라고 했다. 그걸 과보호, 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는 건 괜찮았다. 그러나 괜히 모델이 되어 준 것 뿐인 정한에게까지 무례한 요구를 해오는 사람이 없었으면 했다. 정한이 그냥 서 있어도 눈에 띄는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런 와중에 첫 전시회 일정이 잡혔다. 관 하나를 통째로 빌리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조그만 전시회. 그것마저도 지수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다. 그려 둔 그림을 고르고,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새로 그리고, 컨셉트와 일정을 조율하고. 그맘때의 지수는 정신없이 바빴다. 정한에게도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정한도 저 나름대로 일이 많았다. 보려는 오디션 일정이 여러 개 겹쳐 이쪽을 준비했다가 저쪽을 준비했다가 했다. 대본을 같이 외워줄 지수가 없어 조금 고달팠지만, 그래도 대강 성에 찰 정도로는 연기해낼 수 있었다. 그러느라 전시회가 종료될 즈음에나 겨우 찾아갔는데. 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지수가 너무 멋져 보여서. 정한은 말을 걸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지수가 알게 된다면 왜 오랜만에 보게 됐는데 인사도 하지 않고 갔느냐고 타박할 테지만, 그때의 정한은 도저히 지수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정한이 보았던 그때의 지수는 왠지 정한과는 연이 없는 사람 같았다.

 

 

 

 

 

정식으로 지수의 첫 전시회가 열리고, 그것이 성공적으로 끝마쳐진 날 밤. 연락도 없이 지수가 찾아왔다. 말없이 현관에 들어서는 지수에게서 옅은 술 냄새가 났다. 정한은 지수를 소파에 앉혔다. 항상 앉던 자리에.

 

 

 

몇 분 동안 침묵하다 겨우 입을 뗀 지수는 더 이상 정한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그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한의 집 소파에 익숙하게 앉아서, 다리를 모아 끌어안고 동그랗게 웅크린 채로. 그대로 작아질 듯이. 윤정한은 혹시라도 홍지수가 더 작아지지 않도록 옆에 앉아서 바라봤다. 만약 점점 줄어들어 사라지더라도 다시 되살려낼 수 있게.

 

 

 

"다른 걸 그릴 맘이 안 들어."

 

 

 

그릴 수는 있어. 그건 당연하지. 내가 평생 동안 그려온 것들이니까. 그런데 정한아, 이런 감정을 알아? 내가 이게 아니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드는 거야. 설명이 어려워…. 내가 조금 더 한국어를 잘하면 좋을 텐데. 가슴이 꽉 막힌 기분. 답답한 게 아니라. 이제야 찾았다, 하는 생각이 드는.

 

채워지는 기분?

 

그렇게 말해야 하나.

 

 

 

별 것 아닌 그 말에 정한의 심장이 얼마나 뛰었는지, 정한은 지수가 평생 알지 못했으면 하고 바랐다.

 

지수는 고개를 들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렇게 말한다.

 

 

 

“정한아, 내 뮤즈가 되어 줘.”

 

 

 

 

 

*

 

 

 

 

 

더 이야기하면 지수가 울음을 터트릴 것 같길래 그 날은 일단 이불을 내어주고 잠을 재웠다. 정한이 깨어났을 때 지수는 말없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술주정 한 번 독특하게 한다, 싶었더니 며칠 뒤 종이 몇 장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뮤즈가 되어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정한이 맨 처음으로 한 생각은 21세기에도 뮤즈라는 개념이 존재하는가, 였다. 지수가 내걸은 조항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자신이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 항상 함께 있을 것. 둘째, 외부 활동을 하지 말 것.

 

 

 

"그냥…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거지. 전속모델이랄까."

 

"……."

 

"내가 너를 고용하는 방식이 될 거야. 수익도 나눌 거고."

 

 

 

윤정한은, 어떻게 생각했냐면, 그냥 좋았다. 뮤즈라는 거.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정한으로써는 지수와 어떻게든 더 얽히게 된다면 그걸로 만족했으니까.

 

 

 

사실은, 지수가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에게서 창작욕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짜릿한 쾌감이 들기까지 했다. 제가 지수에게 그만큼 중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 지수의 1순위가 자신의 그림을 알리는 것과 그에 따라올 명성이라고 해도. 정한은 그걸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 된 게 아닌가. 오래 된 사랑은 닳고 퇴색되고 왜곡되어 본 색을 알기 어렵다.

 

지수는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정한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정한은 지수를, 지수의 그림을 만난 날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더운 햇빛이 내려쬐는 여름 오후, 끝나가는 학기를 두고 작게 열린 교내 전시회에는 전부 그만그만한 작품들뿐이었더란다. 그 사이에서 정한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풍경화 한 점이었다. 어쩌면 흔할 수도 있는 하늘과 산과 나무가 그려진 그림 앞에서 정한은 오래도록 서 있었다.

 

 

 

지수는 학교를 마치고 나면 개인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몇 시간이고 그림을 그렸다. 정한은 지수의 작업실에 들어간 첫 번째 친구가 되었다가, 지수를 위해 매번 끼니를 챙겼다가, 결국엔 지수의 작업실에 정한을 위한 소파가 생겨 그 곳에 눌러 앉을 때까지 지수와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정한이 알게 된 것들이 있었다.

 

 

 

이를 테면, 홍지수는 지금 사정상 한국에 있고 한국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인이라는 것. 원래 이름은 조슈아라는 것. 그림은 미국에서부터 쭉 그렸는데 지금은 미국에 계신 선생님과 연락하며 그림을 배운다는 것. 인물화보다는 풍경화나 정물화를 선호하고 드로잉을 할 때는 미간을 모으고 집중한다는 것. 큰 손에 들린 연필이 몽당연필처럼 작아 보인다는 것.

 

 

 

오후의 햇살처럼 따사롭게 웃는다는 것. 승부욕이 없는 편은 아닌데도 요령을 쓰는 법을 몰라 매번 정한과의 내기에서 진다는 것. 정한을 제외하고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 자세히 보면… 귀엽다는 것. 가끔씩 아무 일도 없는데 손을 잡고 싶게 만든다는 것.

 

 

 

언제는 이런 말들을 지수에게 해 주었다. 물론 앞의 몇 가지만 간추려서. 정한의 말을 듣고 난 지수는 한참 동안 배를 부여잡고 소리 내 웃었다. 정한이 저를 너무 미화해서 보는 게 아니냐는 거였다. 정한은 왜인지 모르게 대답할 말이 사라져 미화라는 단어는 언제 배웠냐고, 지수의 한국어 학습으로 주제를 돌리고 말았다.

 

 

 

사실 홍지수가 본 윤정한도 그와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머리는 치렁치렁하게 길러 묶고 학교에서는 잠만 자는데 자세히 보면 묘하게 행동거지가 단정한 애. 지수가 기억하는 정한의 학창 시절 모습은 쪽대본을 들고 학교 옥상에서 연기 연습을 하던 것이었다. 고등학생치고 고풍스럽게 말하길래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대사 연습인 줄은 나중에 알았다.

 

 

 

그때 지수는 하늘을 스케치하고 싶어서 옥상에 올라간 차였다. 원래 어떤 그림이든 구상을 위해 밑그림을 그릴 때는 구석에 틀어박혀있는 걸 좋아해서, 계단 옆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그런 저를 정한은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몇 십 분간 그렇게 연습을 하다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지 혼자 분을 못 이겨 발길질을 하던 모습까지 지수는 기억했다. 정한이 평생 모를 사실 한 가지는, 정한이 보고 반했다던 지수의 그림은 그때 정한의 옆에서 스케치하던 그림이란 거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지도 몰랐다. 지수가 정한에게 끌리게 된 것이. 그건, 정한이 지수에게 품은 감정과는 조금 달랐지만.

 

 

 

정한은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지수는 그 힘이야말로 저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한을 붙잡았다. 정한이 제게 가지고 있는 감정을 미끼로. 자신이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릴 걸 알면서.

 

 

 

 

 

*

 

 

 

 

 

정한은 지수의 뮤즈 일을 시작하면서 연기를 접었다. 지수가 내건 두 번째 조항, 외부 활동을 하지 말 것. 지수는 제 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과열 상태인데, 거가에 정한의 유명세라는 기름이 끼얹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정한은 쉬이 납득했지만, 지수는 그 점에 대해 두고두고 미안해했다.

 

 

 

"정한아……."

 

"……."

 

 

 

나 미워해? 옆에는 이미 텅 빈 지 오래인 캔이 여럿 굴러다닌다. 테이블에 엎어져 고개를 박은 지수가 그렇게 중얼거리면 정한은 지수를 안방으로 이끌어 침대에 눕힌다. 정한은 지수보다 술이 훨씬 셌고, 지수는 술을 마신 다음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버거운 기억을 소화시키는 건 오롯이 정한의 몫이다. 

 

 

 

때문에 둘이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항상 정한이 지수의 침대에 먼저 눕는다. 지수는 정한이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마냥 받아 주고. 지수의 체취가 묻은 이불을 덮고 베개를 끌어안고 있으면 어떨 때는 씻고 나와서 조금 축축한 지수가, 어떨 때는 산책을 하고 돌아와 바깥 공기를 휘감은 지수가, 어떨 때는 피곤한 지수가 정한의 옆에 누워 정한을 본다.

 

 

 

“너 이럴 때면 나보다 동생 같애.”

 

“뭐래.”

 

 

 

지수는 정한의 속도 모르고 그런 말을 한다. 정한은 눈물이 날 것 같아 일부러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런 정한의 모습을 많이 졸린 모양이라서 그렇다고 판단한 건지, 지수는 그 커다란 손으로 정한의 머리카락을, 뺨을, 등을 상냥하게 쓰다듬어 준다. 천천히 저를 어루만지던 지수가 잠들어 버리면 정한은 조금 울고, 잠이 오지 않는 몸을 억지로 눕히고, 그리고 눈을 감는다. 꿈에는 지수가 나온다.

 

 

 

홍지수는 윤정한의 연기를 본 적이 있다. 딱 한 번이지만. 고등학교를 다니다 아, 이건 안 되겠구나 싶어서 중간에 진로를 틀은 거라고 본인에게 직접 들었는데, 남들보다는 늦게 뛰어들은 편이라고 해도 정한은 연기를 참 잘했다. 

 

 

 

제가 그리는 그림이 여러 기교를 섬세하게 쌓아 올린 세공품 같다면 정한의 연기는 자연이 시간과 우연을 재료 삼아 깎아 내린 보석 같았다. 진흙 속의 보석이라고 하면 너무 흔한 비유일까. 정작 본인은 그것에 대해 그다지 큰 미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정한이 제 그림을 아끼는 것처럼 저도 정한의 연기를 아꼈는데.

 

 

 

무대도 아니었고, 오디션 장소도 아니었고, 하다못해 그 흔하다는 학교 축제의 연극도 아니었다. 지수의 방에서, 새로 받아온 대본을 쥐고 그렇게 대사를 읊고 몸짓을 하고. 영화를 보니까 배우들이 이렇게 공연을 하고 나면 꽃다발 같은 선물을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이건 게릴라 공연이라 지수는 정한에게 줄 만한 걸 찾지 못했다. 겨우 거실 꽃병에 꽂혀 있던 장미 한 송이를 뽑아다가 앙코르를 외치며 건넸다. 정한은 행복하게 웃음지었다.

 

 

 

그리고 지수는 그 장미가 곱게 말려진 채로 정한의 방 서랍 안에 들어 있다는 걸 알았다.

 

 

 

지수는 항상 생각한다. 이래선 안 된다고. 그런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어. 이럴 때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시작으로 돌아가거나, 돌아간 척 하거나.

 

 

 

 

 

*

 

 

 

 

 

“다 됐어.”

 

 

 

오늘도 수고했네, 우리 정한이. 넌 진짜 나를 너무 아이 취급하는 거 아냐? 정한은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해서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풀었다. 지수의 세 번째 전시회가 얼마 남지 않아서, 지금 지수는 새 작품을 몇 점 더 그리는 중이다.

 

 

 

지수는 보통 정한을 보고 느낀 이미지를 영감 삼아 그림을 그리지만, 가끔 이렇게 정한을 직접 그리고 싶어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당연하게도 정한이 몇 시간 동안 모델을 섰다. 이러고 나면 홍지수는 항상 식사를 하러 가자고 그랬다. 메뉴는 윤정한더러 정하라고 하고. 이것만 그럴까, 지수는 무슨 일이든 정한의 편의를 봐주려고 한다. 동등한 관계라면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지수야.”

 

“응?”

 

“자꾸…. 나한테 뭐 해주려고 안 해도 돼.”

 

 

 

이건 정한이 지수의 뮤즈가 되고 난 뒤로 유일하게 꼽은, 좋지 않은 점에 들어갈 만한 일이었다. 홍지수는 항상 윤정한을 일방적으로 챙겨주고 싶어 했다. 마치 정한이 자신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고, 자신은 그 손해를 ‘배상’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그마저도 지수가 그게 무엇이 문제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면, 정한은 더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네가 나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

 

 

 

지수는 잠시간 정한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됐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정한이 뭐 먹고 싶어? 지수야. 지금 그렇게 넘어갈 만한 게 아니잖아. 나 이거 오래 생각해서 한 말이야. 정한은 지수를 따라가지 않았다. 지수는 나가려던 그 자리 그대로에 멈춰서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에 그렇게 목숨을 걸지 마. 그러기엔 네가 너무 아까워.”

 

 

 

그건 정한이 발끈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고.

 

 

 

“난 네가 더 아까워.”

 

 

 

알면서 그러는 게 이해가 안 돼. 그렇게 네 자신을 깎아내리면 뭐, 정당성이 생겨?

 

정한은 바로 후회했다. 아, 마지막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지수가 정한을 홱 돌아보았다. 드물게 화난 표정이었다. 윤정한이 홍지수의 이런 얼굴을 보는 건 이걸로 두 번째. 하나는 윤정한 때문에, 그리고 다른 하나도 윤정한 때문에.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을지도 몰랐다. 이건 지수와 언젠가는 풀어야 했던 문제였으니까.

 

 

 

“내가 모를 줄 알지. 너 나 때문에 후회하는 거. 그래서 나한테 더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거. 불필요하게 매일 너를 낮추는 거. 내가 그러면 좋아할 것 같아?”

 

“정한아.”

 

“나는 그냥 너랑 같이 있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걸 몰라.”

 

 

 

그러는 너는, 내가 그걸 몰라서 이런다고 생각하니.

 

지수는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뱉는다. 이내 지수의 목소리가 조용한 작업실에 작게 울려 퍼지고, 체념한 문장이 공기를 가른다.

 

 

 

“그냥 가, 정한아.”

 

“홍지수.”

 

“내가 널 잡은 거야. 내가. 내가 내 욕심 때문에 널 잡고 있는 거야.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

 

“…전시회는 어쩌게. 나 없으면.”

 

 

 

홍지수가 윤정한을 놓는 게 아니란 걸 홍지수도 알고 윤정한도 알았다. 정한은 애써 말을 한 번 돌린다.

 

 

 

“예전엔, 너 없이도 그림 잘 그렸어. 예전 그림 가져오면 돼. 많아.”

 

“야.”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네가 먼저 신경 썼고, 네가 먼저 심한 말 했어. 윤정한, 인정해.”

 

“누가 인정 안 한 댔어?”

 

 

 

난 그냥, 따지고 들려던 정한이 멈칫한다. 정한아. 그냥…. 너도 네 인생 살아. 사랑에 미치지 말고. 지수는 천천히 걸어 작업실을 나간다. 정한은, 방금 전까지 지수가 작업했던 캔버스를 본다.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얼굴의 자신이 옅은 색채로 그려져 있다. 언제나처럼 꽃과 함께. 개화는 짧고 꽃잎이 떨어진 자리는 허전하다.

 

 

 

홍지수는 그 날 당장 짐을 싸서 나갔다. 윤정한은 사라진 물건이 없는데도 텅 빈 것 같은 방에서 혼자 또 밤을 새려다가 이불을 끌어안는다. 조금 울고, 아무 꿈도 꾸지 않고, 깨어난 이후에는 지수의 문자가 와 있다.

 

 

 

홍지수 작가 전시회

 

: Masterpiece

 

20XX. XX. XX ~ 20XX. XX. XX

 

장소. 서울 XX미술관

 

 

 

정한은 가지 않았다.

 

 

 

 

 

*

 

 

 

 

 

정한은 빨갛게 얼은 손에 입김을 불어 가며 녹였다. 야외 촬영은 이런 점이 힘들었다. 주연급 배우라면 대우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만 정한은 이제 막 데뷔한 신인에다가 비중도 얼마 없는 조연이어서. 촬영의 배경이 되는 길거리는 연말이라서 그런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정한은 아무 생각 없이 벽에 나붙은 포스터를 눈으로 좇는다. 콘서트, 뮤지컬, 연극, 그리고….

 

전시회.

 

5년 만의 국내 전시회, 기적이 돌아왔다! 홍지수 작가 개인전……. 

 

 

 

 "정한 씨, 들어갈게요!"

 

"아, 네."

 

 

 

그래, 나 없이도 그림 잘 그리네. 정한은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도 같다.

 

 

 

영화배우 윤정한이 화가 홍지수의 뮤즈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어느 기억은 빛바랠 기미가 보이지 않고는 한다. 정한에게는 그때의 기억들이 그런 류에 속했다. 누군가 새겨놓은 것처럼 빛바래지 않는 기억.

 

 

 

 세 번째 전시회를 마친 후, 지수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애초에 그곳에 자기 모든 게 있는 사람이었다, 지수는. 정한이라는 변수 때문에 한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졌고, 작품 활동도 한국에서 시작하게 됐지만.

 

 

 

지수의 미국행 이유를 추측하는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정한은 창을 껐다. 그 잘난 뮤즈랑 깨져서 간 거예요. 이기적이죠. 자기는 도피할 곳이 있다는 거지. 그래서 정한도 도피해 봤다. 그만두었던 연기로.

 

 

 

다시 준비하면서 감이 많이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연습한다 생각하고 넣은 영화의 조연 오디션에 철썩 붙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 회사에 들어가고 다른 영화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운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분량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높은 편인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는 생각했다. 고된 촬영은 피곤했지만. 그러니까 정한은 홀로 서 나가는 중이었다. 지수 없이. 그리고 아직 나름대로 괜찮았다.

 

 

 

 촬영이 전부 끝나고, 오랜만에 쉬는 날. 정한은 집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었다. 잔잔한 노랫소리를 가르고 날카로운 초인종이 울렸다. 저녁 9시. 누군가의 집에 찾아오기도, 찾아가기도 그런 시간인데. 이 시간에 누구지. 정한은 문을 열었다.

 

 

 

"아직도 여기 사네."

 

"……."

 

 

 

 들여보내 줄래? 싫다면 돌아갈게.

 

기억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얼굴이 제 앞에 서 있었다.

 

 

 

"왜…."

 

"막 귀국했거든."

 

 

 

춥다. 지수가 웃으며 제 손으로 두 팔을 감쌌다. 옆에는 검은색 캐리어가 하나.

 

 

 

정한은 홀린 듯 지수를 집 안으로 들였다. 지수는 정한의 거실을 한 번 둘러봤다가, 바뀐 지 오래인 소파에 등을 기댄다. 정한은 그 옆에 앉는다.

 

 

 

"…가는 것도 제멋대로더니 오는 것도 제멋대로네."

 

"그럼 싫어?"

 

"나 없이도 그림 잘 그린다더니 왜 왔어."

 

"그러게. 왜 왔을까."

 

"내가 어떻게 알아."

 

"미안해."

 

"뭐가."

 

"그렇게 떠난 거."

 

"알긴 아네."

 

 

 

네가 없으니까 가슴이 텅 빈 것 같더라. 어떻게 그림을 계속 그렸는지도 모르겠어. 거짓말. 진짠데. 홍지수 변했어. 거짓말이나 하고. 아니라니까.

 

 

 

정한은 스르륵 미끄러져서 지수에게 기댔다. 오랜만에 만난 사랑은 겨울 향기가 나고 품은 아직도 따스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큰 손이 저를 쓰다듬으면, 그제서야 눈물이 터지고.

 

 

 

"왜 울어…."

 

"그냥…. 네가 좋아서."

 

 

 

지수는 대답 대신 정한에게 입을 맞춘다.

 

개화는 짧고, 꽃잎이 떨어진 자리는 허전하고, 그 자리엔 새 꽃이 핀다.

 

 

 

 

 

지수야, 만약 네가 전시회를 열게 된다면 말이야, 전시회 이름은 뭘로 할 거야?

 

Masterpiece.

 

Masterpiece?

 

응. 내 전부가 거기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