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fgebluht


이 편지는 옆집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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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행운의 편지를 받아볼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그것도 아주 성의 없이 휘갈겨놓은 짝퉁짭 행운 편지. A4도 아니고 메모지도 아닌 애매한 크기의 종이에 적힌 행운의 편지는 이걸 행운의 편지라고 할 수가 있나 할 정도로 비약했고 골때렸다.

 

 

 

 

 

 

 

      행운의 편지 

 

          이 편지를 250장 쓰지 않을 시 불행해져요 ㅠㅠ

 

          그러니까 쓰고 맨날 행복해요!!

 

 

 

 

 

 

 

 

 

   비단 행운의 편지라고 함은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1년에 지구 한 바퀴를…. 으로 시작하여 이를 믿고 보낸 자에겐 행운과 돈이, 무시한 자에게는 불행과 죽음이 다가옴을 웅장하게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다 읽고 나면 괜히 불안해져 편지를 베껴 써야 할 것 같고, 복사해서 지인들에게 뿌리다 욕먹는 그런 시나리오. 물론 다 읽기 위해선 꽤 큰 용기와 부지런함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이 행운의 편지에는 그러한 의도도 정성도 담겨있지 않았다. 편지 봉투도 없이 반으로 접혀 제 편지함에 들어 있는 이 꾸깃꾸깃한 행운의 편지가 어이없어 아침부터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지만 홍지수는 긍정적이었다. 살면서 짭이라도 행운의 편지를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인생에서의 아주 잠깐의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했다. 즉, 이 짭 행운 편지는 그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그는 아주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므로 이런 미신 따위에 불안해 할 일도, 그것을 애초에 믿을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쓰레기 요일 출근하는 발걸음이 내심 즐거웠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오늘 하루는 뭔가 아주 행운이 가득 찬 하루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 편지는 옆집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shit.. 

 

 

 

 

 

   그 생각을 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은 홍지수의 입에선 휘파람 대신 가벼운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날을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하던가. 행운의 편지를 받고 난 후 그의 운수는 대통이 아닌 대쪽이었다. 분명 차에 올라타 3차선 도로를 달리며 막히는 신호 없이 매끄럽게 회사에 오는 것까진 좋았는데 그것에서 운을 다 쓴 건지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일이 꼬였다.

 

 

 

   콩나물 수레마냥 꽉 찬 출근길 엘베에 가까스로 몸을 껴 넣었지만 문틈에 수트 단추가 끼어 단추가 날아간 것부터 시작하여 숨 좀 돌리자고 탕비실에서 탄 믹스커피는 보기 좋게 엎어져 제 흰 셔츠를 물들였고, 커피는 포기하자는 생각으로 뜬 생수는 보기 좋게 날파리 두 마리가 올려져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홍지수는 이 재수 없는 일들이 그 성의 없는 행운의 편지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정도야 뭐.. 살면서 한번은 있을 법한 일이니까. 다시 말하지만 홍지수는 긍정적인 사람이었,

 

 

 

   는데 그 긍정적인 생각은 얼마 가지 못해 박살 났다. 그 후로도 평소엔 일어나지 않을 불행한 일들이 우수수 그를 덮쳤다. 그 일 중 몇 개만 골라보자면. 복사하러 갔더니 그의 차례에 용지가 뚝 하고 떨어진 일, 간만에 구내식당 설렁탕을 먹고 싶었는데 딱 자기 차례에서 재료가 소진되어 먹을 수 없게 된 일, 대신해서 김치찌개를 먹는데 제 자리 사이를 지나가던 사람의 움직임에 의해 홍지수가 들고 있던 숟가락이 내동댕이되어 믹스커피가 묻었던 흰 셔츠에 빨간 국물이 디핑된 일, 종일 애써 작성한 문서를 저장하기 직전 컴퓨터가 먹통 되어 저장하지 못해 이도 저도 못한 채 도저히 기력 없어 수작업 문서 복원을 내일의 나에게 맡기며 퇴근한 일. 설상가상 퇴근하자마자 하늘에서 예보에도 없던 비가 쏟아진 일까지. 이것 외에 자잘 구리 한 일들이 많았지만 생략하기로 한다. 이러니 입에서 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지. 그러나 우산이 없어도 비가 쏟아지는 일은 괜찮았다. 그는 엄연히 돈을 버는 직장인으로 자차 보유자였으니까. 그러나..

 

 

 

 

 

   쾅.

 

 

 

 

 

   아…, 시발. 결국 그의 입에서 가벼운 욕을 넘어 상스러운 욕이 튀어나왔다. 집 앞에 다 도착해선 아파트 주차장에서 사고가 나는 행위. 그의 인내심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안 그대로 퇴근 시간이라 주차장이 붐비는 와중에 비까지 와서 아파트 입구에 가는 길부터 막혔다. 어찌어찌 입구를 통과해 제 동 앞 주차장에 들어서 주차를 하려는 찰나 앞차가 급정거했고 홍지수는 어쩔 수 없이 그 차를 들이박을 수밖에 없었다. 하필 또 박은 차가 외제 차라 홍지수는 힘든 일과로 인해 내려앉은 검은 머리를 한번 넘기며 한숨을 푹 쉬었다. 짧은 욕설을 끝으로 심호흡을 내뱉은 후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아직도 밖은 비가 내렸고 안타깝게도 그의 차 안에는 우산이 있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아무리 앞쪽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어도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가버린 자신의 잘못이 더 컸으므로 홍지수는 최대한 상냥한 얼굴을 한 채 앞차의 창문을 똑똑거렸다. 선팅이 찐하게 되어있어 차 안의 사람이 뒷목을 잡고 있는지 허리를 부여잡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홍지수의 노크가 창문에 닿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창문이 내려갔다. 최대한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싸가지 없지도 않게. 무난하게 잘 해결하기. 홍지수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곤 내려간 창문 안을 바라보았다. 안에 사람은 50대 중년남성으로 이 비 오는 날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한 과장의 행동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년 남성은 아무 말 없이 명함을 내밀었다.

 

 

 

   다행히 이 문제엔 불행이 적용되지 않았는지 중년 남성은 진상짓 하나 없었고 홍지수는 곧바로 보험사에 연락해 사고처리를 접수하여 원만하게 사고를 해결했다. 이제 비는 그치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중충한 하늘이 세상을 반겼다. 홍지수는 일을 처리한 후 정신이 없어 보지 못한 망가진 제 차를 확인하러 차로 다가갔다. 그리고 금발의 머리를 고무줄로 대충 묶은 한 사람이 그 앞을 서성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계속해서 그 금발 머리의 사람을 주시했다. 사고 난 거 처음보나. 안 그래도 심기가 많이 불편했기에 그 모습을 보고 고운 생각이 들진 않았다. 제 차 옆을 어슬렁거리던 사람은 조금 더 본격적으로 차를 뜯어보려는지 앞 범퍼 쪽으로 다가갔고 애매하게 뒷모습만 보이다 이내 옆모습을 비췄다. 남자였네.

 

 

 

   홍지수는 그의 앞면 대신 제 차의 앞면을 살펴보러 제 차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래도 그 남자는 여전히 앞에 자리 잡곤 제 차 앞 범퍼를 뜯어보았다. 홍지수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그는 꾹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어이구.. 앞범퍼 다 나갔네여. 돈 꽤나 드시겠네."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로 몸을 제 차쪽으로 기울여 말하는 그 남자를 보면서 홍지수는 딱 한가지 생각만 들었다. 나 아나? 역시나 곱진 못하고 삐딱한 생각만.

 

 

 

 

 

   "보험 처리는 하셨어요?"

 

 

 

 

 

   차에 기울였던 몸을 홍지수 쪽으로 틀어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그에게 홍지수는 답했다. 혹시 저 아세요? 대부분 이렇게 물어보면 아.. 죄송합니다. 하며 알아서들 그 자리를 피하는게 기본이니까. 그것을 바라고 홍지수는 저 말을 입밖으로 내뱉은 것인데.

 

 

 

 

 

   "뭐.. 네.“

 

 

 

 

 

   그의 입에선 아, 아니요. 또는 죄송합니다. 도 아닌 애매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뭐..하며 살짝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치켜들곤 네. 그 모습에 조금 얼이 빠졌다. 오늘 하루가 불행을 기반으로 한 아주 고단한 하루여서인지 저 맥빠지는 답을 듣는 순간 몸에 힘이 싹 풀리는 듯했다. 아…그러시구나. 느릿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같이 맥빠지는 답을 했다. 애매하긴 하지만 안다고 하니 뭐라고 답할 말도 없고 그렇다고 어떻게 아세요? 하며 말을 이어나가기엔 너무 피곤했으니. 그러자 그 남자도 왜 어디서 봤는지 안 물어보세요? 따위의 귀찮은 대답은 하지 않고 대신, 이 아파트 주민이니까.. 다 알고 뭐 그런 거죠. 그럼. 하며 살짝 입꼬리를 올려 보인 후 언제 그 앞을 서성였냔 듯이 무심하게 떠났다. 참.. 희한한 사람이네.

 

 

 

   멀어지는 금발 머리를 가만히 바라보다 집에 한시라도 빨리 가 욕조에 몸을 뉘고 싶었다. 그래서 빠르게 앞 범퍼를 살펴보았다. 누구 때문에 자세히 못 본. 아… 좀 곱지 않게 말이 나가긴 했지만, 그 사람 말이 맞았다. 돈깨나 나오겠네. 분명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받았는데 이렇게나 차가 나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것도 불행 중 하나인가.. 그래도 독박 쓴 것보단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다 그냥 생각하기를 그쳤다. 이미 벌어진 일들 쓸데없는 생각 같아서. 그래서 홍지수는 몸을 돌려 조수석에 있는 가방을 챙겼다. 가방을 드니 별안간 제 눈에 띄는 흰색 종이. 아.. 짭 행운 편지. 그것을 보는 순간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다 이것 때문인 것 같아서. 휘갈겨 쓴 글씨체가 뭔지 모르게 얄미웠다. 그래서 홍지수는 행운의 편지를 찢어발기려다 차마 그러진 못하고 곱게 아파트 앞 쓰레기장에 그 맥락 없는 종이 쪼가리를 버렸다. 여전히 그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이것을 버렸으니 이제 나에게 왔던 불행은 다 사라졌겠지.

 

 

 

 

 

 

 

   -

 

 

 

 

 

 

 

   아침부터 황당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짭 행운의 편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어떤 새끼야. 분명 어제 기분 나쁜 짭 행운의 편지를 찢어 버리는 것 대신 곱게 버려주었는데 행운의 편지, 아 그게 아니라 불행 덩어리가 제 편지함 안에 다시 들어있었다. 홍지수에게 서프라이즈로 다가왔던 행운의 편지는 이제 더이상 환영받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지.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저로 인해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런 종이 쪼가리 때문에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그 설마는 사람 홍지수를 잡아먹었다. 오늘과 비슷한 불행한 일들이 꾸준하게 종일 일어났다. 오늘은 믹스커피와 김치찌개를 옷에 물들이는 것 대신 셔츠 소매에 볼펜을 그었고, 어제 먹지 못한 설렁탕을 먹는데 대신 안에 들어있던 딱 하나 있는 큼지막한 도가니 고기를 바닥에 떨궜다. 어렵게 수작업으로 복원한 중요 서류를 저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USB에 담기 전 컴퓨터가 먹통이 되어 결국 또 제출하지 못한 채 내일 서비스를 불러야겠다 상사에게 말하곤 축 늘어져 퇴근했다. 어제오늘의 일로 인해 피로가 배로 쌓였다. 체감상으론 내일이 주말이어야 할 것 같았는데 야속하게도 시간은 정직했고 오늘은 불금이 아닌 여전히 퇴근길이 밀리는 평범한 화요일이었다. 하필 차도 수리를 맡겨 오늘은 버스 안에서 교통체증을 더욱 실감했다. 결국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이 걸려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래도 어제 비가 와서 그런가 오늘 하루는 맑았고 그로 인해 저녁으로 넘어가는 핑크빛의 하늘이 예뻤다.

 

 

 

   달콤한 하늘로 힐링 받은 홍지수가 걸음을 떼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데 저 멀리 일렬로 나열된 편지함 앞에 모자를 쓴 사람이 서성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남자는 몸을 움직여 제 편지함을 열곤 하얀 종이를 집어넣었고 그 모습이 홍지수의 동공에 고대로 상영됐다. 순간 몸이 먼저 나갔다. 저놈 잡아.

 

 

 

   검은 모자에 검은 마스크 위아래 대충 입은 티 쪼가리와 츄리닝 차림에 멀리서 볼 땐 누군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불행 편지 살인마의 정체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다. 어라.. 금발 꽁지머리. 어제 그 희한한 사람?

 

 

 

   빠르게 달려가 종이를 넣고 사라지려 하는 인간의 어깨를 턱하고 잡아채 제 쪽으로 몸을 돌리니 쉽게 저를 바라보았다. 잡았다 이놈.

 

 

 

 

 

   "어? 안녕하세여.“

 

 

 

   역시나.

 

 

 

   "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네? 뭐가여?"

 

 

 

 

 

   뻔뻔한 얼굴로 뭐가여? 하고 묻는 얼굴에서 눈만 보여 다행이라고 홍지수는 생각했다. 뻔뻔함이 가득 찬 온 얼굴을 봤으면.. 뭐라도 나갔을 것 같아서. 눈만 내놓고 있어서 그런가 눈알이 뻔뻔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엄청 크네. 라는 생각도 딸려왔다. 그래서 더 뻔뻔해 보이는 걸 수도.

 

 

 

 

 

   "제 편지함에 뭐 넣으신 거예요?“

 

 

 

   "아.."

 

 

 

 

 

   홍지수의 물음에 그 남자는 그제야 이해했단 듯이 굴었다. 아니, 진짜 몰랐던 거야? 뭐한 거냐 묻는 내 말의 뜻을?

 

 

 

 

 

   "어제 보지 않으셨어요? 제 행운의 편지 ㅎㅎ. 일종의 떡 같은 거죠.“

 

 

 

   "네?“

 

 

 

 

 

   그나마 어이없어 올라갔던 입꼬리마저 내려가고 미간이 몰렸다. 진짜 황당하네. 갑자기 여기서 떡은 왜 나오는 거지. 홍지수는 그가 전혀 쌀알 한 톨만큼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 엘리베이터 왔다. 안 올라 가실 거예요?"

 

 

 

 

 

   1층에 멈춰서 배를 가르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본 남자가 홍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갈 건데 너는 안 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그 말을 끝낸 후 저벅저벅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더니 열림 버튼을 누르곤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진짜 골때리네.. 그렇지만 자기도 집엔 올라가야 하니 그리고 대체 어째서 그 행운 편지를 가장한 불행 덩어리를 떡이라고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홍지수는 친절하게 멈춰있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저, 그 행운의 편지가 떡이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홍지수가 12층 버튼을 누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저 이사왔거든여 얼마 전에. 이 말을 들으니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사 떡 돌리는 대신 행운의 편지를 돌리는 인간이라? 와.. 대체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 걸까. 이젠 희한하다는 첫인상에서 특이하다로 인상이 변경되었다. 그게 그거긴 한데 넥스트 레벨로 업그레이드된.

 

 

 

 

 

   "혹시.. 무슨 방 탈출 게임 개발하고 그러시는 분 아니죠.“

 

 

 

   "네? 갑자기 무슨.."

 

 

 

 

 

   홍지수가 미간을 좁힌 채 진지한 얼굴로 물으니 처음 보는 당황한 얼굴이 내비쳐졌다. 홍지수가 진짜 무 뜬금포로 100퍼센트의 진지함이 묻은 이 질문을 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그시절 인싸들은 다 한다는 방 탈출 게임을 처음 하러 갔을 때, 힘들게 방 탈출을 하고 난 후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신세계다. 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정말로 대단하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이런 거 개발하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특이하고 멋지고 신기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적립됐다. 근데 그 생각이 여기에 적용될 줄이야. 이사 떡 대신 직접 만든 행운의 편지를 돌리는 남자. 홍지수에게는 그의 행동이 그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대신 특이하고 신기하긴 하지만 멋지다는 키워드는 빠진.

 

 

 

   홍지수의 상상도 못 한 물음에 그 남자도 말문을 잃은 것 같았다. 그래도 홍지수는 순수 궁금함으로 가득한 눈을 내리지 않았다. 아.. 저는 그냥 만화 그리는 사람이에여. 그 눈빛을 읽은 남자가 금발 머리 위 덮어진 모자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소리를 내며 12층에 멈췄다. 어.. 그러고 보니까 이 사람 층수를 안 눌..

 

 

 

 

 

   내리려다 말고 뒤를 바라보는데 그를 지나쳐 가는 몸뚱아리.

 

 

 

 

 

   "안 내리세여?“

 

 

 

 

 

   내 층으로 이사 온 거였냐..? 마스크로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눈이 살짝 휘어진 것으로 보아 그는 웃고 있었다. 또 이런 맥빠지는 느낌. 홍지수는 허, 하고 웃음을 뱉고는 내려야죠. 말하며 그를 따라나섰다. 이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로 현관문들이 쭉 나열되어있었다. 그중 홍지수의 호는 1203호. 그니까 줄지어진 집들 중 3번째로 엘리베이터와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는 것이다. 저와 함께 걷는 것 보니 1201, 1202호는 아닌 것 같고 그럼 저 안쪽인가 생각하며 먼저 도착한 집 앞에 도어락을 잡으면서 가볍게 묵례를 했다. 그는 인사를 받지 않았다. 대신 1204호 앞에 멈춰서 도어락을 잡으며 인사했다. 저는 옆집 사는 윤정한이라구 해요. 앞으로 잘부탁드려여 이웃사촌 ㅎㅎ. 도어락 키패드를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게 적당한 속도로 누르곤 금세 풀린 도어락 소리에 문을 열며 그는 집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순간 홍지수가 그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전 저기 아니고 윤정한 ㅎㅎ.“

 

 

 

   "아 네. 정한..씨. 혹시 신기.. 이런 거 있는 건 아니죠.“

 

 

 

   "네?"

 

 

 

 

 

   호칭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주춤하던 홍지수가 정한의 뒤에 가장 무난한 의존명사를 붙였고 그도 별 상관없어 보이는 눈치였다. 아까와 같은 재질의 질문이 윤정한에게 날아왔다. 그러자 그는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눈썹을 약간 추어올리며 홍지수를 바라보았다. 무슨 쌉소리세여? 하는 표정.

 

 

 

 

 

   "그 제 우편함에 넣었던 행운의 편지. 그거 받고 제가 하루종일 불행에 시달렸어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저 자신이 어이없었는데 그 말을 남에게, 그것도 그 불행 가득한 행운의 편지를 적어 넣은 당사자에게 말을 하니 낯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분명 저 사람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혹시 250장 적으셨어여?“

 

 

 

   "네? 뭘요?“

 

 

 

   "행운의 편지여.“

 

 

 

   "...아니요?“

 

 

 

   "아 뭐예여, 그러니까 그렇죠. 제가 분명 적어놨잖아요. 250장 안 쓰면 불행해진다구. 부지런히 적으세여. 행복은 자기가 찾는거예여."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문을 막던 발을 풀곤 그 안으로 사라졌다. 집 안으로 몸을 넣기 전 하루에 한 장씩 어.. 8개월간 할부도 가능이에여~ 라는 말을 뒷받침한 채. 그리고 그날 이후 홍지수에게 있어서 옆집 남자 윤정한은 희한한 사람도 특이한 사람도 아닌 또라이라는 키워드가 리뉴얼되었다. 

 

 

 

 

 

   홍지수는 그날 밤 자기 전 공책과 볼펜을 꺼내 들곤 불행 덩어리를 가만히 내려다보기를 30분 동안 계속했다. 이걸 적어 말어.. 안 적기에는 찜찜하고 그렇다고 해서 진짜 이 아무것도 아닌 종이 쪼가리를 따라 적는다는 게 어이없고 웃겼다. 아, 됐어. 뭘 적어. 이 나이 먹고 행운의 편지라니. 손에서 볼펜과 자꾸 만지작대 손때가 좀 물든 짭 행운의 편지를 내려놓은 뒤 스탠드를 껐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곤 잠을 청하려 들었다. 그러다 문득 금발 머리의 옆집 남자가 떠올랐다. 언제 이사 온 거지? 어제랑 오늘 말고는 본적도 마주친 적도 없었는데. 출근을 위해선 지금 자야 했는데 자꾸만 잡생각이 머릿속에 돌아다녔다. 모두 다 옆집 남자와 관련된 잡생각들. 그리고 한 시간 후 홍지수가 잠들었다. 책상 위엔 새하얀 종이 위 꾹꾹 눌러쓴 행운의 편지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홍지수는 거짓말처럼 불행했던 일들이 사라지곤 평소와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 후로 홍지수는 윤정한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 뒤로 더이상 홍지수의 편지함에 휘갈겨 쓴 짭 행운 편지도 들어차지 않았다. 그를 마주치는 때라고 하면 대부분 느지막한 저녁쯤, 분리수거장이라든가 아파트 복도가 다였다. 그때마다 홍지수의 눈에 들어온 윤정한은 사람이 반쯤 죽어있는 상태였다. 탈색된 금발 머리는 더욱 상해 보였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잘생긴 -홍지수는 간간히 그의 얼굴을 마주치며 새로운 데이터 값을 입력했다. 또라이긴 하지만 잘생긴 놈.- 얼굴도 상해있었다. 그는 아침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저녁에 아주 가끔 얼굴을 내비쳤다. 그때마다 홍지수를 보며 인사는 빼먹지 않고 했지만 저기서 말을 걸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아 그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홍지수가 퇴근하던 여느 날과 같은 금요일 오후 6시 37분. 그는 12층 아파트 복도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고 있는 윤정한과 마주쳤다. 며칠간 골골대던 낯짝이 안 보이더니 오늘은 얼굴이 좀 나아 보였다. 홍지수가 오는 걸 알았는지 그는 난간에 걸쳤던 두 팔을 내리곤 담배를 들고 있던 손을 등 뒤로 숨긴 채 그쪽으로 몸을 돌려 인사했다. 오랜만이네요. 퇴근하시나 봐요. 얼마 전 행운의 편지 사건이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말투가 담백했다.

 

 

 

 

 

   "네. 근데 이 시간에 나와계신 거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어제 마감 끝냈어여. 3일 만에 햇빛 보는 것 같은데 맞나?"

 

 

 

 

 

   아.. 만화 그린다고 했지. 웹툰 작가 뭐 이런 건가? 분명 자신에게 인사할 때까진 웬일로 말투가 담백하다고 생각했는데 쭉 그런 건 아니었나보다. 마감을 끝낸 직후 옆집 남자는 되게 홀가분해보였고 또 생기있어 보였다. 하루 푹 자고 난 것처럼 푸석했던 얼굴에 다시 윤기가 돌며 살짝 솟아있는 광대가 꼭 탱탱볼 같아 보였다. 그리고 눈에도 생기가 돌았다. 마치 버석하게 말려둔 장미에서 이슬 맺힌 신선한 장미로 탈바꿈 한 것처럼. 뭐 그래도 근본은 장미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또라이긴 하지만 잘생긴 남자.

 

 

 

   홍지수는 수고했다는 의미로 그를 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꾸벅. 이젠 집으로 들어가겠다는 신호였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치려던 손을 멈추곤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니 윤정한은 해가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아, 저 그런 거 보고 그런 사람 아니에여~ 하고 고개를 돌려 새침한 표정으로 홍지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지.. 괜히 민망해져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하니 그래여? 그럼 편하게 치세요 ㅎㅎ 하곤 눈을 맞춰왔다. 저렇게 보고 있는데 어떻게 편하게 쳐? 다시 봐도 큼지막한 눈에 광이 번쩍번쩍 빛났다. 유리구슬 같네. 그는 정말로 볼 생각은 없었는지 금세 고개를 돌리곤 피우던 담배를 마저 빨았다.

 

 

 

   홍지수도 하려던 일을 마저 하려 손가락을 들어 키패드를 누르기 시작했다. 띠. 아 근데 저기.. 아니 정한씨. 비밀번호를 치다 말곤 급 떠오른 궁금증에 이때다 싶어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는 입에서 담배를 떼곤 고개만 돌려 보였다. 약간 올라간 눈썹이 계속해서 질문하라는 의미로 보였다. 그 행운의 편지. 일일이 손으로 다 적어서 모든 주민한테 나눠준 거예요? 홍지수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생각을 하면 꾸준하게 그것만 생각했다. 뭔가의 답이 찾아질 때까지. 그러니까 행운의 편지 일이 있고 일주일이 더 지난 이때까지 홍지수는 그 짭 행운 편지와 그 편지의 창시자인 윤정한에 관한 생각을 간간히 했다 이 말이다.

 

 

 

   윤정한은 피우던 담배를 곧장 난간에 놓여있던 재떨이에 비벼끄곤 아예 몸을 돌려 허리를 난간으로 기대 제 앞에 궁금증 가득 담긴 눈을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홍지수가 마주한 그의 얼굴은 이제껏 봤던 얼굴 중 가장 즐거워 보였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

 

 

 

 

 

   "손으로 다 적었을 것 같아여?“

 

 

 

   "그거야.. 모르죠. 근데 그런 것 같던데. 제 행운의 편지 손으로 적은 티가 났어요.“

 

 

 

 

 

   우와 진짜 자세히 봤나 보다. 근데 교회 다니는 거 아니에여? 홍지수가 갑자기 무슨 뜬금없이 교회 이야기야 이 자식아 하는 표정을 하니 그가 이해 못 한 걸 알았는지 1203호 현관문 호패 아래 붙여진 반석 교회 스티커 쪽을 고개로 까딱하며 가리켰다. 이런 거 믿어도 되나..~

 

 

 

   그게 다 너 때문이다. 이놈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내뱉을 순 없었다. 홍지수는 어쨌든 예의가 바른 사람이기 때문에. 적어도 안지 이 주일도 채 안 된 옆집 이웃에게 이놈 저놈 하며 화를 낼만큼 급발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세히 봤다고 믿는 건 아니죠 다 ㅎㅎ. 그냥 내용이 참 신박해서 읽어봤어요. 두 번째 넣어놓은 행운의 편지도요^^“

 

 

 

   "좀 뿌듯하네여. 제 행운의 편지를 읽어준 사람이 있다는 게. 그리고 믿기까지 해주고^^“

 

 

 

   "믿은 거 아니라니까요 하하."

 

 

 

 

 

   말에 힘이 들어갔다. 두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곤 둘 다 눈을 휘어가며 웃었다. 윤정한의 뒤로 보이는 하늘이 또다시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렇게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서로를 보며 웃던 두 사람 중 먼저 움직인 것은 윤정한이었다. 걸음을 옮기며 그는 물었다. 그래서 행운의 편지는 하루에 한 장씩 적으셨어여? 그 말을 한 직후 2미터가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서 있는 홍지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교회 다니면서 이런 거 믿는 거 아니라면서요.“

 

 

 

   "그렇긴 하네여. 그래서 불행은 멈추셨구여?“

 

 

 

   "하하 덕분에요. 그 후에 불행의 편지 안 넣어주신 덕분에."

 

 

 

   "에이..~ 불행의 편지라뇨. 저 좀 마상.ㅜㅜ"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대며 비밀번호를 누른 윤정한이 현관문을 열곤 몸을 들이밀었다. 그 모습을 본 홍지수도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아, 근데. 그가 들어가다 말곤 문틈 사이로 상체만 쑥 내밀며 말했다. 편지 직접 쓴 거 맞아여. 근데 홍지수 씨 것만. 다른 사람들은 복사 하하.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얄밉게 문안으로 쏙 하고 사라졌다. 12층 복도에 도어락 잠김음만 울려 퍼졌다.

 

 

 

   또 맥이 탁 풀리는 느낌에 홍지수가 후- 하고 한숨을 뱉곤 다시 키패드를 눌렀다. 29년 인생 저런 부류의 사람은 처음 만나봐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가 한 말을 곱씹었다. 내 행운의 편지는 직접 적고, 다른 사람들 편지는 복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며 홍지수는 생각했다. 근데 마상이 뭐야. 그는 최신식에 약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홍지수는 머리를 말리며 또 이 남자를 만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적어도 일주일 후에나 볼 수 있겠지? 활동하는 시간도 하는 일도 아예 다르니까. 그러나 그 생각은 정확히 3시간 후 처참히 무너졌다. 현재 불타는 금요일 저녁 7시 30분이었다.

 

 

 

 

 

 

 

   띵~동.

 

 

 

 

 

 

 

   밤 10시 30분 갑자기 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아무도 올 사람이 없는데. 인터폰을 확인하니 놀랍게도 모르는 사람이.. 가 아니라. 자세히 보니 옆집 남자였다. 근데 이제 장발의 머리를 싹 치고 10년은 젊어진 모습으로 나타난 옆집 남자. 그는 뻔뻔하게도 밤 10시 30분에 남의 집 벨을 눌러놓고는 카메라를 향해 잘생긴 얼굴을 보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문을 열어 달라는 의미겠지.

 

 

 

   홍지수는 어이가 없는 동시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직여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문을 여니 화면으로 본 것보다 더 어려 보이는 그의 얼굴이 홍지수를 반겼다. 그는 생긋 웃으며 다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저랑 치맥 안 하실래여?

 

 

 

   그래서 홍지수는 불타는 금요일 밤 10시 32분에 이제 안 지 2주일도 채 안 된 옆집 남자와 함께 치킨에 맥주를 테이블에 세팅했다. 옆에서 윤정한도 자연스럽게 부엌에 들어가선 맥주잔 한 개를 들고 앉았다. 그리고 급 정적이 마주 보고 앉은 둘을 감쌌다. 홍지수는 생각했다. 나는 대체 왜 이 남자가 하는 것들에 말려드는 기분일까. 행운의 편지도. 아까 복도에서의 대화도. 그리고 지금도. 다 늦은 밤에 야식을 먹는 것이 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선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다 늦은 밤 친하지도 않은 사람을 제집에 들여 야식과 술을 함께 먹는 일. 근데 그 허용되지 않는 선들을 홍지수는 고민도 없이 넘어버렸고 그 중심에는 윤정한이 있었다. 그 윤정한은 자기가 들어앉아 있는 집주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제 앞에 앉아서 치킨 박스를 뜯고는 캔맥주를 땄다. 그리고 가지고 온 맥주잔에 맥주를 가득 딸 거니 홍지수에게 내밀었다. 첫 잔은 원샷인 거 알져?

 

 

 

   영문도 모른 채 받아든 맥주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홍지수가 잔을 내려놓더니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윤정한. 홍지수는 와인과 와인잔을 들고 테이블로 다시 복귀했다.

 

 

 

 

 

   "뭐.."

 

 

 

   "ㅎㅎ. 전 맥주보단 와인파라."

 

 

 

 

 

   와인잔을 들고 웃는 홍지수를 보고 윤정한도 따라 웃음을 터트렸다. 캔째로는 안마실 것 같아서 친절하게 잔에 가득 따라주니까 한 입도 안 먹고 내려놓은 채 와인을 가지고 온 그가 신기하면서 웃겼다. 윤정한의 얼굴이 더욱 폈다. 마치 꽃봉오리가 막 터진 노란 장미처럼. 두 사람은 한 테이블에 앉아 하나의 안주를 두고선 각자의 취향이 담긴 술을 마셨다. 윤정한은 캔맥주, 홍지수는 레드 와인. 술을 까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 관한 것들을 묻고 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맥주잔에 가득 찬 홍지수의 맥주는 그것을 따라 준 사람의 것이 되었다. 

 

 

 

 

 

   지수씨는 몇 살이에요? 저요? 저는 29이요. 아~ 대박. 그럼 정한씨는요? 저는 살치살. (ㅎㅎ. 정색) 아, 죄송해여 ㅎㅎ. 몇 살 같아 보이는데요? 저랑 엇비슷할 것 같은데.. 아니면 어리거나? 와..~ 그럼 저 지수형이라고 부르면 돼여? 아, 진짜 동생이에요? 아니여. 동갑이요 ㅎㅎ. 아, 뭐야.. 왜여. 하핫, 지수씨 형 소리 좋아하는구나~ 불러드릴까여? 지수형~ 하지 마세요 ㅎㅎ.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더욱 풀렸고 각자의 통성명을 만난 지 2주 만에 내뱉었다. 나이, 하는 일, 취미 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기본적인 설명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홍지수는 윤정한이 되게 말 많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를 물어보면 치킨을 집어 먹던 손을 이용하여 제스쳐까지 사용해가며 열심히 말을 쫑알쫑알 토해냈다. 윤정한도 홍지수가 처음 본 것과는 다르게 꽤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치킨을 먹다가 뭘 물어보면 그 치킨을 내려놓고는 입에 있는 것들을 싹 목구멍으로 넘기곤 조곤조곤 말하다 점점 눈알이 커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 신나게 말을 하다 꼭 찾아오는 정적 타임. 두 사람은 그런 침묵도 편안했는지 또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근데 정한씨. 머리 자르셨네요.“

 

 

 

   "아, 네. 그냥 좀 갑갑해서 잘라버렸어여."

 

 

 

 

 

   앞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다 왜여 안어울려여? 하는 윤정한의 말에 홍지수는 즉시 답했다. 아니요. 잘 어울려요. 10년은 어려 보여요. 그리곤 눈을 접어 웃곤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오래간만에 밤 와인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근데 이상하게 홍지수가 그 말을 하고 난 후 윤정한은 이제껏 보인 쫑알대던 모습을 싹 숨기곤 조용-해졌다. 다 먹은 캔맥주만 요리조리 살펴보는 모습에 홍지수는 왜요? 맥주 필요해요? 냉장고에 있는데 가져다줄까요? 하고 물었다.

 

 

 

 

 

   "그 지수씨는."

 

 

 

   "네?"

 

 

 

   "원래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그런 식으로 웃으면서 해요?"

 

 

 

   "무슨 말을.."

 

 

 

 

 

   그 말을 하곤 하얀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는 모습에 홍지수는 황당했다. 갑자기? 이거..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 무슨 말인지 알아야 답을 해줄 텐데 아무 말 없이 얼굴을 가리고 살짝 붉어진 얼굴을 한 윤정한이 홍지수의 옆에 있는 와인병을 통째로 들곤 입으로 가져갔다. 어..! 홍지수가 말릴 새도 없이 붉은 와인은 윤정한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아니, 이걸 입대고 마시면 어떡해요!"

 

 

 

   "진짜 머리 잘 어울려여?"

 

 

 

 

 

   윤정한이 무슨 말을 듣고 부끄러워하든지, 그것보단 제 와인병에 입을 대고 마신 저 행위가 더 신경쓰였던 홍지수에게 그는 난데없이 머리가 잘 어울리냐 물었다. 네. 잘 어울린다고 아까도 말했잖아요. 입대고 와인을 마신 행위로 인해 살짝 심기가 불편한 홍지수가 와인병 입구를 티슈로 닦으며 말했다. 그러자 윤정한은 그건 알구요. 하고는 턱을 괴며 와인병을 닦았던 휴지를 구기던 홍지수를 바라보았다.

 

 

 

 

 

   "뭐예요? 혹시 자아가 두 개. 뭐 그런 거예요?"

 

 

 

   "에이..~ 그럴 리가요."

 

 

 

   "방금까지 잘 어울린다는 말에 부끄러워 해놓고 다시 말해주니까 안다고 하는 건 뭔데요 그럼.."

 

 

 

   "그게 포인트가 아닌데."

 

 

 

   "그럼요?"

 

 

 

   "여기서 포인트는 잘생겼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말을 그런 식으로 웃으면서 하냐 이거예요."

 

 

 

 

 

 

 

   그뭔씹.. 홍지수가 싸늘한 표정으로 제 앞에 얄밉게 턱을 괴고 있는 남자를 봤다. 모르겠으면 넘어가여~ 더 이야기하면 더 이해 못할 것 같아 홍지수도 말하기를 그쳤다. 또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어느새 윤정한의 앞에는 맥주가 아닌 와인이 놓여있었다. 맥주 있으니 가져다줄까 하는 말에 그는 아니요. 저도 와인 마셔볼래여. 말을 했고 홍지수는 또 OK. 하며 와인 잔을 가져와 따라주었다. 윤정한은 홍지수가 따라준 와인을 꼴딱이며 이걸.. 왜 먹어여. 하고 말했다. 홍지수가 애써 웃으며 먹기 싫으면 먹지 마세요. 정한씨. 라고 하니 그제서야 아무 말 없이 와인을 넘겼다.

 

 

 

 

 

   "근데 정한씨. 그 행운의 편지 있잖아요."

 

 

 

   "와, 그거 진짜 믿나 보네. 계속 말 꺼내는 거 보니까?"

 

 

 

 

 

   또 그의 눈이 반짝였다. 유리구슬처럼 반들거리고 광이 나는 눈. 그리곤 입을 와- 하고 벌리곤 안면 근육을 올려댔다. 이 질문만 나오면 그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얼굴을 밝혔다. 아니 내가 그거 받고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알아요? 반대로 홍지수는 급 욱해서 말을 쏟아냈다. 처음 행운의 편지를 받은 날 있던 불행했던 일, 그리고 다음 날 새롭게 받은 행운의 편지를 받은 날 있던 불행했던 일들. 술이 들어가 벌게진 얼굴을 더욱 붉히며 온 얼굴을 사용하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홍지수를 윤정한은 그저 흥미롭게 바라보며 모든 이야기를 들어줬다. 헉. 진짜여? 헐.. 그건 좀.. 와.. 근데 듣다 보니 제가 생각했던 사이즈의 사건보다 컸는지 놀라는 리액션이 점점 진심이 되어갔다. 끽해야 차 신호하나 놓쳤겠지 생각했는데.

 

 

 

   그니까 윤정한의 저 반응들은 그 편지를 적어 보낸 당사자도 몰랐다는 거다. 그냥 장난으로 보낸 행운의 편지가 그렇게 큰 불행을 가져다줄 줄. 울분을 토해낸 홍지수가 벌게진 얼굴을 하고선 가슴을 오르락내리락하더니 그대로 와인잔에 따라진 와인을 원샷 때렸다. 그 모습을 본 윤정한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허, 진짜 힘들었나 보네. 아까 와인잔에 따라진 와인은 원샷 때리던 자기보고 와인은 그렇게 무식하게 먹는 게 아니라 훈수 뒀으면서.. 천천히 마셔요. 지수씨. 그러다 진짜 훅가여. 그 말에도 홍지수는 와인잔에 와인을 콸콸 부어 또다시 한입에 털어 마셨다. 아이고.. 저러다 무슨 사고를 치려고.

 

 

 

   아무리 봐도 홍지수는 술이 약해 보였다. 알콜이 들어가자 점점 붉어지는 얼굴과 몸을 보며 윤정한은 확신했다. 또 조금 느려진 행동까지도. 술을 마신 지 1시간도 더 지난 시점에서 홍지수는 적절하게 취해있었다. 행운의 편지 이야기를 한 후 조금 더 흥분되어 보였지만.

 

 

 

 

 

   "근데요 정한씨. 다른 사람 행운의 편지는 왜 복사하고 내껀 자필로 적었어요?"

 

 

 

 

 

   와인만 들이키던 홍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근데 이런 질문을 하는 자기가 또 웃겼는지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이것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고. 나에 대해 너무 궁금한 게 많네 이 남자. 윤정한이 또다시 턱을 괴곤 제 앞에 앉아 주변이 검게 물든 큰 눈을 제 눈과 마주했다.

 

 

 

 

 

   "왜 그랬을 것 같은데요?"

 

 

 

   "아니, 그것 좀 안 하면 안 돼요?"

 

 

 

   "뭘요?"

 

 

 

   "되묻는 거요. 빡치게.."

 

 

 

 

 

 

 

   아, 순간 윤정한이 웃음을 터뜨렸다. 와, 이 남자 진짜 보통 아니네? 으하하하고 웃던 웃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나중에는 의자에서 내려와 그냥 배를 잡고 땅바닥을 굴렀다. 그런 윤정한을 홍지수가 노렸다. 아니, 왜 웃어요.. 나 지금 진지한데 진짜. 저 궁금한 거 못 참거든요? 그니까 빡치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줘요. 바닥을 구르던 윤정한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쓱 닦으며 의자에 앉았다. 하, 하.. 아 알~겠어요. 하. 진짜 웃기다. 와.

 

 

 

   남이 웃기든 말든 빨리 말하라고 재촉하는 날카로운 눈에 윤정한은 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수 씨 마음에 들어서요.“

 

 

 

   "아…. 아?"

 

 

 

 

 

   우선 대답을 들었다는 생각에 아.. 하고 수긍하며 내려앉은 눈이 급하게 떠졌다. 뭐라구요? 지수씨 마음에 들어서 행운의 편지 손으로 직접 적었다구요. 집에 20장은 있는데 진짜로. 다 수기로 적은 거 ㅎㅎ. 전혀 예상치도, 아예 그쪽으로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그의 발언에 온 신경이 멍해지며 맥이 탁 풀렸다. 끽해봐야 옆집이라서? 라는 답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 이웃으로서 인지 아니면.. 그쪽. 인지 알 겨를이 없었다. 그렇지만 홍지수는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왜 안 물어봐여? 마음에 들었다는 게 어떤 뜻으로 마음에 들었다는 건지."

 

 

 

 

 

   그는 또 한껏 광대를 추어올리며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홍지수는 무시하기로 한다. 저 한껏 들뜬 표정의 남자를. 네? 네? 왜 안 물어봐여. 궁금할 것 같은데~ 엉덩이를 들썩이며 재촉하는 남자의 모습에 홍지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보다 술을 더 댑다 퍼먹었어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잘난 얼굴로 저딴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놈 때문인지.

 

 

 

 

 

   "그냥 옆집 이웃이라서 그랬겠죠. 뭐."

 

 

 

   "맞아여."

 

 

 

 

 

   대충 답하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말한 제 말에 그렇다 수긍하는 윤정한을 놀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홍지수는 느꼈다. 아, 나 또 말려들었구나. 앞에서 이를 드러내 보이며 히- 하고 웃어 보이는 윤정한의 얼굴이 꿀밤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을만큼 얄미웠다. 그리고.. 빛났다. 이슬이 맺혀있는 방금 개화한 노란 장미. 그 노란 장미가 이상한 말을 할 것 같아 와인잔을 들어 마시는데 그는 별다른 말 없이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지수는 또 친절하게 화장실은 저쪽이라며 자동적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홍지수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해 테이블로 엎드려 누웠다. 온몸이 뜨거웠다. 후- 느릿하게 뜨거운 숨이 내뱉어졌다.

 

 

 

   눈을 감았다 뜨니 테이블은 싹 정리되어 있었고 그 앞에 윤정한이 핸드폰을 하며 앉아있었다. 차분한 얼굴로 핸드폰을 바라보는 얼굴이 정갈해 보였다. 금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지수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자 아, 깼어여? 피곤한 것 같아서 그냥 뒀는데 이제 침대 가서 편하게 자요. 했다. 그래서 홍지수도 그 말을 받아들이곤 고개를 느리게 끄덕이며 엉덩이를 뗐다. 윤정한도 이제 집에 가려는지 몸을 일으켜 세우다 갑자기 다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아, 근데 그때 행운의 편지 진짜로 적었어여? 안 적었어여?"

 

 

 

 

 

   그 말에 홍지수도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눌러앉았다. 집요하네. 진짜?

 

 

 

 

 

   "적었으면 왜요. 저 놀릴려고 그러죠."

 

 

 

   "에이..~ 내가 뭐 그런 사람인가?"

 

 

 

 

 

   그 말에 홍지수는 즉시 네. 하고 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냥 궁금해서~ 근데 그거 적고 나서 어땠는데요? 그 말에 홍지수는 정신줄을 꽉 부여잡았다. 내가 이번에도 말려들면 사람이 아니다. 개다. 그야 저도 모르죠? 안 적어봐서 ㅎㅎ. 그 뒤 홍지수는 아 그래여? 하며 심드렁하게 말한 후 제집을 나서는 윤정한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아 그래여?

 

 

 

 

 

   여기까진 제 예상과 들어맞는데 왜 또 그의 얼굴은 자유분방해져 한껏 올라가 있는 것인가. 홍지수는 불안했다. 뽁 하고 솟은 광대가 탁구공 같아 탁구채로 날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윤정한은 제 츄리닝 반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꼬물꼬물 꺼내더니 깔끔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이건 뭔데여?

 

 

 

 

 

   순간 홍지수가 놀라 테이블 위에 종이를 집어 들었고 윤정한은 또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래요. 적었어요. 그래서 뭐요."

 

 

 

   "뭘요?"

 

 

 

   "네? 아니 지금 저랑 장난하세요?"

 

 

 

   "그거 다시 펼쳐서 봐봐여. 흥분하지 말구."

 

 

 

 

 

   괜히 욱해서 화를 내던 홍지수가 윤정한의 말을 듣곤 미간을 구기며 제 손에 있던 종이를 펴보았다.

 

   

 

   아….

 

 

 

   아무렇게나 구겨진 종이를 펴 보니 그 종이는 그가 적었던 행운의 편지가 아닌 그가 적은 행운의 편지였다. 또, 나는 말려 들어 간 거네. 진짜 나는 개다. 개. 월월. 홍지수가 체념한 듯 헛웃음을 치며 의자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그렇게 무서웠어요? 불행한 일들 닥치는 게."

 

 

 

   "아니,.. 하. 근데 들었잖아요. 스케일 어땠는지."

 

 

 

   "아, 그쵸그쵸. 그럴 만 했지."

 

 

 

   "그만 놀려요. 그러니까."

 

 

 

   "알~겠어요. 근데 나 놀린 적 없는데? ㅎㅎ."

 

 

 

 

 

   야. 결국, 홍지수의 입에서 예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제 안지 이 주일도 채 되지 않은 이웃 주민에게 야. 라고 말하기. 윤정한은 그 야. 소리에 더 신났는지 야? 야아? 와, 지수씨. 제 나이 안다고 이제 말도 까는거예여? 하고는 깝죽댔다. 어우, 저 입을 그냥 한번 쫙 잡아땡기고 싶네. 중얼거리는 홍지수 옆으로 윤정한이 다가오더니 테이블에 엉덩이를 걸치곤 그 옆에 섰다.

 

 

 

 

 

   "저 지수씨. 아니 이제 지수야 라고 해도 되나?"

 

 

 

   "ㅎㅎ. 그만하죠."

 

 

 

   "앟. 알겠어여. 근데 행운의 편지 250장 안 적어도 불행한 일 안 일어나는 법 하나 있는데."

 

 

 

   "뭔데요."

 

 

 

 

 

   생글거리는 그에게 홍지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와중에 대답은 또 해줬다. 

 

 

 

 

 

   "제 별명이 뭔지 알아여?"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운정한이에여."

 

 

 

   "운정한..? 뭐 운이 많다 이런 건가."

 

 

 

   "정답~!"

 

 

 

   "그래서 뭐 어쩌라구요. 뭐 회사 갈 때도 윤정한씨 끼고 가라는 말이에요?"

 

 

 

   "말이 좀 날카롭네.. 나 이러면 진짜 마상 입어여..~"

 

 

 

   "아, 근데 마상이 뭐예요?"

 

 

 

 

 

   그 말에 윤정한은 헤엑? 하며 얼굴에 구멍이란 구멍은 늘리고선 놀라 했다. 와.. 이걸 몰라여..? 아저씨.. 저 원래 이런 줄임말 같은 거 잘 몰라요. 그니까 뭐예요 마상이. 아니 그 전에 운정한이어서 그래서 뭐요. 이것저것 모르는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홍지수를 보며 윤정한은 생각했다. 알려줘야 할게 많네..~

 

 

 

 

 

   "불행하지 않는 방법은."

 

 

 

 

 

   쪽. 붉게 물든 둘의 입술이 맞닿았다가 금세 떨어졌다. 이거예여. 운정한에게 부적 받기. 여전히 그는 즐거워 보였다. 귀를 붉힌 채로. 홍지수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눈을 두어 번 느리게 감았다 떴다.

 

 

 

 

 

   "이새끼야.. 너 뭐한 거 세요?"

 

 

 

   "..에..?"

 

 

 

   "뭐한 거냐고 이 자식아."

 

 

 

 

 

   예상했던 것보다 꽤나 더 과격한 반응에 윤정한은 놀랐는지 테이블에 눌렀던 엉덩이를 곧장 떼고는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문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몸뚱아리는 홍지수 쪽을 바라보며. 그에게 왜 꽃게마냥 그따구로 가냐 묻는다면 벙찐 와중에 화나 있는 홍지수씨 얼굴이 재밌나자여~~ 하고 답했을 것이다. 

 

 

 

 

 

 

 

   "너.. 일루와봐."

 

 

 

   "ㅎㅎ. 지수씨 화나면 무서운 스타일이구나?"

 

 

 

   "빨리 안 와?"

 

 

 

   "저 이제 가볼게여. 오늘 술친구 고마웠어여! 그리고 이제 진짜 불행한 일 별로 안 일어날걸요?! 저 믿죠?"

 

 

 

   "야!"

 

 

 

 

 

   띠리릭. 도어락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홍지수의 집안을 울렸다. 문을 벌컥 열어젖힌 윤정한이 빠르게 그의 집을 나서면서도 흥분한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동시에 문을 닫았다. 아! 마상 뜻은 담번에 알려줄게여! 잘자여! 하는 말도 빼먹지 않고.

 

 

 

   윤정한이 가고 난 집 안은 무서울 만큼 적막으로 가득 찼다. 홍지수는 한 손을 허리에 한 손은 뜨거운 제 이마를 짚고선 한숨을 푹 쉬었다. 나 또 저 남자한테 말린 거지. 이사 떡 대신 행운의 편지 돌리고 불행한 일이 안 오는 방법 알려준다고 해놓고 지 별명 운정한이라고 하며 부적이랍시고 뽀뽀하는 놈은 이 세상에 저놈 밖에 없겠지. 그렇겠지. 하고 홍지수는 생각했다. 역시 또라이. 그렇지만, 또라이지만 잘생긴 놈. 하, 하고 웃음을 내뱉었다. 그의 붉게 물든 얼굴이 느슨해지며 붉은 장미가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지 불행을 가져다 주는지 모를 종이는 아무렇게나 구겨져 테이블 아래를 나뒹굴고 있었다.

 

 

 

 

 

 

 

 

 

 

자산 1.png합작에 처음 참여해봐서 많이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었지만 늦지 않게 잘 마무리된 것 같아서 기쁘고 참여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수고해주신 진행팀분들 감사하고 모든 참여진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 윤홍 화이팅♡